‘한여름, 예술로 즐기는 시원한 시간’ 무더위를 예술로 식혀볼까?

2025.08.19.I새전북신문
늦은 무더위를 예술로 식혀볼까? 여름의 기운이 한창인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무더운 여름에도 시원한 기운을 선사하는 소장품들이 가득하다.

힘 있게 쏟아지는 폭포, 여름이면 생각나는 채소의 질감과 가벼운 옷을 입고 독서에 몰두하는 여인, 여름밤의 낭만을 떠올리게 하는 호숫가 등 생동감이 담긴 작품들은 보는 순간 우리의 마음을 청량하게 적신다. 전북출신 박래현, 박인현 등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과 함께 하는 여름 여행이 기다린다.

지금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과 함께 이 특별한 여름 풍경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 보자.

박래현의 ‘소녀(1942, 종이에 색, 105.8×84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가 보인다.

박래현(1920-1976)은 1941년에는 일본 도쿄 죠시미술대학 일본화부 사범과에 입학해 미술을 공부했다. 그는 194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배운 전통 채색화의 영향을 받아 사실적 표현의 인물화를 주로 제작했다. 특히 여성 인물화에 관심이 깊었던 듯하며 당시 한국, 중국, 일본의 전통 복식을 한 여성들을 소개로 한 작품들이 남아있다.

‘소녀’는 텅 빈 배경 위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다소곳이 앉아 부채를 들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은은하면서도 인물의 양감이 잘 반영된 색채표현, 유려한 필선, 긴 곱슬머리의 번짐 효과 등이 나타난다. 투명하면서 시원한 색감과 어쩐지 더위를 견디는 듯한 표정, 손에 든 부채를 보고 있으면 일상 속 여름날의 한 장면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녀는 군산에서 살았다.

박인현의 ‘비와 우산(1986, 종이에 먹, 133.5×136.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도 아무 좋은 작품이다.

박인현(1957-)은 우산을 소재로 조형적 구성의 작품들을 주로 제작한 작가다. 이 작품은 먹의 농담 변화를 이용한 색면 형태의 우산이 간결한 느낌으로 구성됐으며, 그 위로 흘러내린 먹의 흔적이 비를 형상화한다.

그의 작품에서 우산은 단순한 조형요소로만 쓰이지 않고 때때로 비, 바람 등과 함께 등장해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면 속에 보이는 우산은 비 오는 날의 거리를 위에서 내려다보았던 경험을 상기시키며 보는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장맛비 속 우산들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 유영하는 듯, 정적인 풍경 속에서 은근한 생동감을 만들어낸다. 그는 전북대 명예교수다.

유영국의 ‘산(1984, 캔버스에 유화 물감, 97.5×1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도 무더위를 가시게 하는 걸작이다.

유영국(1916-2002)은 1935년부터 도쿄 분카학원에서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시작했으며, 1950년대 중반부터는 작품활동을 위해 서울로 상경해 한국화단의 중추적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작품은 1960년대부터 일관되게 ‘산’을 모티브로 했다.

1980년대부터 작고하기 전까지의 작품은 부드럽게 순화된 색채 속에서 추상성과 구상성이 공존하는 특징을 보인다.

1984년에 만들어진 ‘산’은 이러한 추상성과 구상성의 공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러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이 순도 높은 녹색으로 표현됐으며, 두꺼운 테두리가 삼각형의 기하학적 형상을 감싸고 있다. 녹색의 산들이 위쪽으로 펼쳐진 코발트색 하늘은 화면에 생동감과 안정감을 부여한다. 힘차게 뻗은 붓의 터치감과 푸른 산을 보고 있으면 여름날의 짙은 녹음을 맡는 듯하다.

이중섭의 ‘파도타기’(1941, 종이에 펜, 크레용, 9.1×14.8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는 시원한 파도에 몸을 맡기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신나게 어울리며 활기찬 한때를 보내는 기분이 그림 속에 그대로 담겨 있는 듯하다.

이중섭(1916-1956)은 데이코쿠미술학교와 분카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1943년 귀국 후에는 생활고와 병으로 고생하면서도 꾸준히 작품을 만들었으며, 소, 아이들 등을 주요 소재로 고분 벽화와 민화 등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것에 영감을 받아 표현주의적인 감각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파도타기›는 세 인물과 물고기들이 펜으로, 화면 중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물결, 잔잔한 수면, 그리고 배를 연상시키는 형상을 크레용으로 그려냈다. 간결한 펜과 크레용 선으로도 다채로운 상황을 연출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름 하면 역시 물놀이가 떠오른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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