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조국·해방 뒤 활기찬 풍경… 고향의 모습 한자리에

2025.08.13.I문화일보
■ 국립현대미술관 ‘향수…’ 展
김환기 등 한국 근현대작가 75명
풍경화 220점 등 내일부터 선봬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그려진 한국 근현대 풍경화를 통해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14일부터 덕수궁관에서 ‘향수(鄕愁), 고향을 그리다’를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김환기, 유영국, 이상범, 오지호 등 한국 대표 근현대작가 75명의 풍경화 22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또, 시·망명가사 등 문학 아카이브 50여 점이 함께 소개돼 시대와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한국인에게 ‘고향’은 구체적 장소이면서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땅을 연결하는 심리적 개념이다. 한마디로 ‘영원한 그리움의 세계’다. 그래서 미술과 문학에서 고향은 향토, 낙원, 조국의 다른 말이고, 예술 창작의 원천이다. 예컨대, 일제강점기엔 ‘잃어버린 조국’, 분단 이후엔 ‘그리움의 땅’, 산업화 시기엔 ‘잊혀가는 풍경’이었다. 따라서 전시는 향토, 애향, 실향, 망향 4개 주제로 나뉘어 선보인다. 지역작가의 지역풍경화가 대거 출품돼 주목된다. 그 과정에서 개인소장자와 유족 보관 작품들이 발굴돼, 우리 근현대미술의 다양한 층위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도 의미가 크다.

한국 대표 근현대 작가들이 대거 포진한 2부 ‘애향(愛鄕)-되찾은 땅’부터 보는 걸 추천한다. 한국 근대미술이 현대미술로 전환하던 시기, 예술가들은 ‘고향’을 어떻게 인식했나. 무엇보다, 이때는 우리 풍토와 기후, 지형의 생생한 기운을 전하려는 실험들로 그림에 활기가 넘친다.

일본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고향 경주로 돌아와 다수의 풍경화를 남긴 손일봉, 일본 유학 생활을 하다 해방 직후 귀국해 고향인 마산 앞바다의 활기찬 기운을 화폭에 담은 문신, 해방 전후 고향 홍성과 인근 지역의 풍광을 그려내며 근대 수묵화의 혁신을 이룩한 이응노, 고향 신안 안좌도의 푸른 섬과 하늘, 바다에 비친 달을 모티브로 한국적 모더니즘을 실현한 김환기, 고향 울진의 산 지형을 꾸준히 탐구해 한국적 추상 형식을 완성한 유영국, 고향 제주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발견한 변시지…. ‘한국 미술’의 원천 중 하나가 ‘고향’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유영국의 ‘산’(1984), 전혁림의 ‘통영풍경’(1992), 이상범의 ‘효천귀로’(1945)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다음엔 4부로 방향을 튼다. ‘망향(望鄕)-그리움의 땅’에서는 분단으로 인한 실향, 이산의 아픔, 즉 ‘그리움의 정서’로 바라본 고향이 가득하다. 가족과 고향을 잃고 고독과 빈곤 속에서도 이상향의 고향을 그린 윤중식의 ‘봄’(1975), 박성환의 ‘망향’(1971), 최영림의 ‘봄동산’(1982) 등이 궁핍의 시대에 예술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돌아보게 한다.

이밖에, 1부 ‘향토-빼앗긴 땅’에서는 오지호의 ‘동복산촌’(1928)과 이상범의 ‘귀로’(1937)가 저항시인 이상화의 강렬한 시구, 정지용의 ‘향수’와 함께 소개되며, 3부 ‘실향(失鄕)-폐허의 땅’은 6·25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작가들이 느끼고 기록한 우리 땅의 모습이 펼쳐진다. 이종무의 ‘전쟁이 지나간 도시’(1950), 도상봉의 ‘폐허’(1953) 등이 암담한 현실을 쓸쓸하고도 고즈넉하게 묘사한다. 남관의 추상 풍경 ‘피난민’(1957)도 형태의 해체와 분할로 고통스러운 기억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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